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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피디라 쓰고 극한 직업이라 읽는다 – OD 뮤지컬 컴퍼니 이은희 제작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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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 뮤지컬 컴퍼니는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에서부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까지 최근 한국 뮤지컬 시장의 주요 공연들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대표적인 제작사이다. 신작 <뉴시즈> 를 준비하느라 바쁜 요즘, 이은희 제작 피디를 만나 오디의 지난 10년의 과정과 올해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10년은 꾸준히 그 일을 해봐야 그 일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제작사, OD 뮤지컬 컴퍼니(이후 오디)에서 10년간 변화무쌍한 과정을 모두 겪어 온 이은희 제작 피디(이후 이 피디)는 인터뷰 내내 호탕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순간순간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빛은 그의 프로근성을 말해주는 듯 했다.

  진취성과 패기로 뭉친 오디

“프로듀서가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제작 피디는 그것을 실현시켜 나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10년간 오디에서 제작 피디로 일해 오면서 많은 작품에 관여했다고 할 수 있죠.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브루클린>, <달콤한 나의 도시> 등등. 얼마 전에 회사에서 라인업을 정리했는데, 제가 봐도 놀랍더라구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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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는 다수의 대형 뮤지컬을 그것도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무대로 줄곧 일해 온 회사이다. 그런데 실제로 회사규모는 10명 내외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소형회사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그렇겠지만 한 명의 제작 피디가 한 번에 두 세 작품을 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렇다면 오디가 보여 준 지금까지의 그 괴력과 흥행 성공의 저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다 나온 것일까?

“프로듀서님이 진취적이세요. 저도 옆에서 보면서 느낀 것이 DNA가 다른 거 같아요. 리스크가 큰 것을 감수하면서 도전을 한다는 것이 지금 봐도 신기해요. 초수퍼울트라 긍정 마인드이시고, 스트레스를 잘 안 받고, 잘 잊어버리시니까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반면 저는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웃음). 게다가 회사 직원들은 전반적으로 젊고 활기와 패기가 넘쳐요. 제가 오디에만 10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다 사람 때문이에요. 가족적인 분위기에 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쳤죠. 위계질서 보다는 다들 동료같은 관계에요. 게다가 소규모이다 보니까 더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된 거죠.”

  제작 피디의 A부터 Z까지

프로듀서가 작품 라인업이나 공연장 대관, 배우 섭외 등을 최전선에서 진행한다면, 제작 피디는 전체 제작 스케쥴을 짜고, 예산을 계획하고, 일정에 맞춰 진행사항을 점검하는 등 총괄적인 내부살림을 한다. 그러니까 세부적으로 보자면, 언제 오디션을 하고, 언제 디자인을 완성하는지 조정하고,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계약을 담당하고, 모든 회의에 참석해서 일정이나 예산에 맞게 공연이 진행되도록 정리하는 사람이다.

“한 작품에서 소통하게 되는 사람이 100여명 이상이에요. 다 다른 환경에서 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들을 모아서 다 같은 방향을 보게끔 하는 게 가장 큰 업무죠. 연출, 배우, 디자이너 등등 이 모든 사람들과 소통해서 하나로 잘 어우러지게 해야 하는 일이 공연이라는 장르에만 있는 제일 특이한 점일 거에요.”

100여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속이 엄청 넓은 성인군자이거나 자신의 기분을 잘 감추는 사람이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사실 제작 피디에게는 남 모르는 마음 고생, 몸 고생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직률 높은 공연계에서 한 회사의 한 직책으로 10년을 해왔다는 거 자체가 놀라웠고, 그만큼 대단한 성실성과 프로 근성의 반증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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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끼리 인사가 그거에요. ‘아직 일하고 있니?(지?)’(웃음) 이 일이 물리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밤에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이 없고. 10년 동안 중간중간 고비들이 많았죠. 공연계에서 쓰는 저속한 표현으로 뽕맞은 거 같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느낌이에요. 매우 힘들었다가 공연이 올라가는 순간에 배우 못지않게 보람을 느끼죠. 그러면 힘들었던 일이 잘 잊혀져요. 앞에 정신없이 막 가다보면 잊어버리고 또 만나고 잊어버리고 또 만나고 하죠. 사실 중간에 다른 업계에 2년 정도 있었는데, 그 뽕 맞은 기분을 잊지 못해 다시 돌아오게 되었어요.”

  지금의 그를 만든 작품들

이 피디에게는 인생의 작품들이 몇 개 있다. 누구나 자신의 입봉작이 가장 기억에 남겠지만 심지어 그 작품이 감동과 흥행을 한꺼번에 다 선사한 것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또한 최신작 중에는 어려웠던 만큼 보람이 컸던 작품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올슉업> 초연이 제작 피디로 제대로 일을 시작한 거라고 볼 수 있는데, 그때 회사에 작품이 많았고, 준비가 좀 늦어서 급하게 준비를 했어요. 설상가상으로 오디션에 배우들이 많이 응모를 안 해서 개인적으로 뛰어다니면서 배우들을 접촉하면서 캐스팅을 했죠. 연습과정에서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실지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첫공 때 관객들이 우리가 만들어놨던 것에 하나하나 다 반응해 주셨어요. 자전거 타고 가는 장면이랑 동상도 그렇게 뜨겁게 반응하실지 몰랐는데 호응이 있었고, 음악이 좋고 유머 코드도 관객들과 잘 맞는 데다가 감동이 있으니까 입소문이 났어요. 첫 공 때 무대 뒤에서 느낀 것은 앞으로 10년 동안 다시는 못 느낄 거 같은 감동이었어요. 첫 공 끝나고 모든 배우들과 스텝들이 다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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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OD 뮤지컬 컴퍼니

“최근 작품 중에는 <드라큘라> 초연이 있어요. 이 작품은 진짜 힘들었던 게, 해외에서 그렇게 흥행한 작품도 아니고, 저희는 논-레플리카 방식이라 해외 버전에서 많이 바꿔서 공연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혼선이 많았죠. 또한 작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면서 여러 가지 부담이 많았어요. 작품내용은 스토리의 개연성보다는 캐릭터에 치중한 작품인데다가 드라큘라가 미스테리한 부분을 가지고 있어서 이 부분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런 난관들 때문에 배우들끼리 모여서 3주간 대본 분석만 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눴던 작품이에요. 사실 초연 때 첫 공을 올리고 나서 환호를 해야 하는데, 다음날 배우분들에게 너무 죄송했지만 아침에 모여서 회의를 했죠. 엔딩에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엔딩을 바꿔서 리허설을 해봤어요. 엔딩에 대해 두 세 개의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논의하다가 결국 첫 공 버전이 최상이라고 판단해서 그냥 가기로 결정했죠. 초연 때 관객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엔딩을 바꾸는 것에 부담이 많았는데, 이번 재연 때 그렇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초연 때 깊은 논의와 리허설 과정이 있었기 때문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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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OD 뮤지컬 컴퍼니

  2016년 가장 기대되는 신작 뮤지컬, 뉴시즈!

그가 요즘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어 살면서 몰두하고 있는 작품은 아시아 초연을 앞두고 있는 <뉴시즈(Newses)>이다. <뉴시즈>는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한 디즈니사의 작품으로, 19세기 말 뉴욕시의 신문팔이 소년들이 파업에 승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강자의 대립이 번번히 일어나는 요즘, 한국 사회에 시의적절한 주제를 전달하는 작품이 될 거라고 예상된다.

“제가 이 작품을 외국에서 두 번 봤는데, 완전 새로웠어요. 배우들의 에너지가 이렇게 느껴지는 공연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배우들이 전체 30명이 넘고 뉴시즈로만 20명이 출연하는데, 그들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뉴시즈로 모여 또 하나의 가족처럼 이야기를 펼쳐내요. 남자배우들이 주역으로 출연하고, 춤과 드라마가 하나로 잘 맞아 들어가면서 내는 에너지가 대단히 역동적이죠. 제가 한국에서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에게 뮤지컬계의 EXO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흥행 뿐만 아니라 에너지적인 면에서 그런 가능성이 보였어요. 배우들 개개인이 다 다른 개성을 지녔고, 비보잉, 발레, 탭댄스 등 자신의 장기를 막 발산하면서도 서로 끈끈한 정이 있거든요. 잭, 데이비, 크러치, 캐서린의 역할이 조금 더 비중이 있긴 하지만, 20명이 다 같이 끌고가는 작품이고 앙상블이 없는 공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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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OD 뮤지컬 컴퍼니

현재 잭에는 서경수, 이재균, 온주완, 데이비에는 강성욱, 크러치에는 강은일, 캐서린에는 최수진, 린아가 캐스팅된 상황이다. 2월 25일에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있고, 제작 발표회는 네이버에서 생중계된다. 4월 12일에 오픈인 이 작품은 5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오디션만 세 달에 걸쳐 진행됐다고 하니 그만큼 배우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안무 오디션을 할 때 각자 원하는 안무를 해보라고 미션을 줬는데, 한 타임에 온 50명의 지원자들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대학로에서 버스킹하는 것처럼 서로 박수 쳐주고 즐기는 분위기였고, 이것이 그대로 공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실제로 연습할 때 배우들이 하나로 에너지를 모아서 팍 줄 때 저를 마치 공격하는 것처럼 숨을 멈춘 적이 있었어요. 그런 에너지가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죠. 게다가 <뉴시즈>도 <드라큘라>처럼 한국버전으로 리메이크되는 작품이에요. 춤이 중심이 되는 공연이기 떄문에 연출과 안무를 겸하고 있는 데이빗 스완 연출님의 장기가 더욱 빛날 거 같아요. 사실 대부분의 공연은 연출과 안무를 따로 연습하는데, 이 작품은 함께 하니까 캐릭터도 제일 잘 알고 이야기와 그림을 하나로 통일성 있게 그릴 수 있어서 훨씬 작품성 있는 안무가 나올 거 같아요.”

  예측불허 뮤지컬계에서 살아남기

명실공히,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지난 10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국에서는 내수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객수와 극장수, 작품편수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 봐도 적지 않다. 이 피디는 이런 변화와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10년을 버텨 온 장본인이지만 여전히 다음에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고 한다.

“2008년에 <올슉업>이 일본에서 올라갈 때, 가수들이 출연해서 자신의 팬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너무 신기했어요. 그 당시 한국에서는 그런 개념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런데 2~3년이 지나니 한국도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많이 서고, 팬들이 관객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일이 일어났어요.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거죠. 개인적으로 캐나다 토론토와 호주 시드니를 여행할 때 극장에 가보면 한 시즌에 한 두 작품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는 이렇게 많은 공연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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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변화무쌍한 뮤지컬 계에서 제작 피디로 살아남는다는 것. 그것은 뮤지컬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살아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그 환상에 휩싸여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가 제작 피디를 한다고 찾아오면 정말 힘든 얘기만 해줄 수 있어요(웃음). 그만큼 꿈과 환상을 다 버리고 와야 해요. 꿈과 환상을 버리고 오면, 경험하게 되는 하나하나가 재밌을 수 있는데, 꿈과 환상을 가지면 360일은 힘들거에요. 저도 중간에 잠시 다른 직종에 있었던 이유가 뮤지컬계의 일은 직업적으로 전망이 어두워 보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돌아왔을 때 환상과 희망 따위는 버리고 정신 무장을 완전히 튼튼히 했어요. 이걸로 먹고 살지 못해도 일단 해보자라고(웃음).”

그가 꿈과 희망을 버리고 일에 몰두한 결과, 우리 같은 관객들은 무대를 통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셈이다. 우리의 꿈과 희망을 위해 소진된 그들의 꿈과 희망에 감사를 보낸다.

 

글. 방세주(penseuse@stagekey.co.kr)

사진. 이현주(teo@stagek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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