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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이성준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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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대는 작품마다 흥행과 화제를 불러왔고,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한꺼번에 받아 온 이성준 음악감독. 그는 인터뷰 내내 매우 겸손하게 우연히 그렇게 된거고, 사랑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는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자세가 진하게 베어 있었다. 아마도 그런 끊임없는 노력이 천재라는 세간의 평가를 가능하게 했던 것 아닐까?







  <프랑켄슈타인> 공연에, <보니앤클라이드> 연습에, 대학강의에, 매우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는 이성준 음악감독을 만난 건 <프랑켄슈타인> 공연이 다 끝난 밤 늦은 시간이었다. 하루 2회 공연을 지휘하느라 지친 그는 손목에 아대까지 차고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핑계대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노력하는 천재의 진면목이었다.


 


  “<프랑켄슈타인> 공연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매일 감사해하고 산다. 사실 기대만 했었고, 누구나 자기작품은 사랑받길 원하니까 그랬지 이런 정도의 성공은 예상 못했다. 화려한 캐스팅 때문에, 그리고 최근 대극장 창작이 안 나오니까 좀 언론에 주목을 받았던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해 주시니 나도 더 힘줘서 하느라고 공연 끝나고 이렇게 팔이 아파 본적은 처음이다. 3시간 동안 끊임없이 음악이 나오니까 계속 지휘를 해야 하고, 또 음악이 힘줘야 할 부분도 있어서 그런거 같다. 스텝진이나 배우들이나 분위기가 좋다. 우리끼리 오늘같은 주말에 매진이고 만원사례인데, 만원 왜 안주냐 그런 농담을 한다.(웃음)”






 


  <프랑켄슈타인>은 캐스팅면에서, 작품의 규모와 웅장함에서, 그리고 극을 압도하는 다양한 넘버에서, 여러모로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대극장 창작뮤지컬의 흥행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최근의 경향을 가뿐하게 날려버리면서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티켓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회전문관객이 상당수 존재한다니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감사할 따름이다. 배우들과 연주자들이 내 음악을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불러주고 연주해준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듣고 즐거워 하는 대중들이 있다는 것.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꿈을 어느 정도는 이룬 듯 하다. 그런데 항간에는 내가 일부러 배우들의 목을 혹사하는 노트를 줬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배우들이 스스로 더 열창을 하고 샤우팅을 하는 거지 내가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다. 음악도 발라드가 그렇게 많은데 너무 강해서 관객들을 압도한다는 평이 많은 거 보니까 드라마에서 오는 음악적 느낌이 큰 거 같다. 사람이 죽는 장면이 여러 가지로 많이 나오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강렬한 느낌이 세게 다가가는 거 같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감미로운 것도 많은데 좀 속상한 점이 있다. 그래서 차라리 OST를 빨리 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성준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관객에게 쉽게 읽히는 음악, 드라마를 이해시키는 음악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런 그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지, <프랑켄슈타인>의 음악은 완성도가 높고 드라마를 단단히 받쳐주고 있다는 평을 많이 듣고 있다. 특히 공연을 보고 나오면 유독 귀에 남고 인상적인 장면들이 몇가지 있다.




  “내가 애착하는 곡은 사실 때에 따라 다르다. 오늘은 ‘상처’라는 곡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지휘하면서도 느꼈는데, 인간은 세상이 자기 꺼라고 생각한다는 대사가 있는데 사실 지나가는 나그네일 뿐이다란 생각이 들면서 쓸쓸하더라. 그 곡은 유일하게 12월 말에 나온 곡이다. 그 곡만 배우들을 만나고 나서 쓴 곡이다. 나머지 곡은 모두 배우들을 만나기전에 다 썼었다. 배우를 만나고 추가해서 곡을 더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처음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우선 손가는 대로 그냥 썼다. 그래도 한번 좋은 환경을 보고 와서 쓰자고 생각했고 아침에 혼자 제천 정방사에 한참 올라가서 그 주변을 둘러보고 와서  바로 썼다. 박은태배우와 김승대배우가 추천한 장소였는데, 가보니까 정말 깊은 숲속에 있는 것이 좋았다. 맑은 호수도 있고..







  관객들이 ‘너의 꿈속에’란 노래를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곡은 최근에 일본에서 한국 배우가 공연을 하는데 신기하게 그 곡을 부르고 싶다고 해서 음원을 준 적도 있다. 원래 이 곡은 처음에 앙리가 부르려고 했던 곡은 아닌데, 그 곡이 앙리한테 가면서 좀 반주패턴이나 편곡이 달라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지상배우도 ‘너의 꿈속에’ 같은 곡이 너무 좋다고 해서 내가 “‘생명창조’나 ‘난 괴물’ 같은 곡이 인기를 끌줄 알았는데, ‘너의 꿈속에’가 인기를 끄니 재밌다.”고 말했다. 죽으러 가는 건데 박수를 받는걸 보면 신기하다.(웃음)”




  음악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음악에 관한 노트도 배우들에게 많이 주고, 평소에도 음악감독의 역할이 많을 거 같았다. 하지만 이감독은 ‘배우들이 자신보다 훌륭해서’ 감히 뭐라고 간섭할 부분이 없다고 한다.




  “이번에는 노트도 준적 없고, 음악클리닉도 한번 안했다. 배우들이 음악적으로 모두 나보다 훌륭한 배우들이기 때문에 상의를 하거나, 이 부분에 템포를 어떻게 할지 의견을 묻거나 무대에 익숙해 지기위해 조금 수정을 하는 거지 노트는 전혀 안줬다. 다른 공연은 음악클리닉을 중간에 2~3주에 한번 하면서 오케스트라와 다시 맞춰보는데, 이번에는 오케스트라도 훌륭하고 그래서 한번도 안했다. 앙상블 하고만 전체와 약속한 것이 있어서 그것만 좀 노트를 줬고, 나머지는 전혀 안했다. 배우들이 알아서 혼신을 힘을 다한다. 독창부분은 뭐 손댈 것도 없고.. 2회있는 날은 배우들이 한 회하고 싹 다 바뀌니까 서로들 긴장을 안 할 수 없다.”





  이성준 음악감독과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참 엄격하고 노력을 많이 하면서도 남들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것은 그의 음악인생의 한 단면과도 닮아 있는 듯 했다. 그는 고 2때 처음 류정한 배우의 데뷔작이었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고 뮤지컬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 뒤로 뮤지컬을 향한 그의 외사랑은 줄기차게 이어졌다.




  “사실 뮤지컬 연출이 하고 싶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가고 싶었다. 기타는 어릴 때 어머님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워낙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데다가 테크닉이 좋고 습득이 빨라서 눈길을 끌었던 것이지, 그때 음악성이 엄청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예고에 진학해보니 나보다 천재성이 있는 애들이 엄청 많더라. 그래서 나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감동을 안고 뮤지컬의 연출을 꼭 하고 싶었다. 그런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일단 대학은 어른들이 바라는 데로 진학을 했고, 그 후 줄곧 뮤지컬 공부를 하면서 티켓 알바도 해보고, 크루도 하고, 조연출도 해봤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이 감독은 조연출을 하면서, 자신이 함께 일하는 연출가보다 더 뛰어난 연출가가 될 수 없을 거란 것을 느꼈다. 그는 최고의 연출가가 될 것을 꿈꿔왔는데, 그가 생각한 것은 다 남들도 하는 거다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 절망감은 그를 하느님 앞에서 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장유정 연출가였다.




  “당시 장유정 연출은 입봉을 준비 중이었는데 나한테 음악감독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데, 처음엔 신기했다.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작품인데, 소극장에 매일 관객들이 들어차는 거였다. 이 작품이 내 길은 음악감독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준 셈이다. 결국 그 작품덕택에 매킨토시가 이사장으로 있는 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 작품이 바로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다. 이 작품은 <사랑은 비를 타고>나 <김종욱찾기>와 함께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새 페이지를 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을 분수령으로 해서 소극장 뮤지컬들이 줄지어 선보이게 되었고 흥행하는 뮤지컬의 어떤 공식을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의 작품목록을 보면 <삼총사> <잭더리퍼> <막돼먹은 영애씨> 등 대중성을 갖춘 작품들이 많다. 정작 본인은 클래식컬한 기타를 전공했고, 작품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중심기조로 하고 있지만 그 한 발은 꼭 대중의 입맛에 잘 어필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게다가 그가 거의 재창작하다시피 한 <잭더리퍼>는 한국 공연 버전이 일본에 재수출될 정도로, 한국이라는 범위를 넘어 아시아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전세계 뮤지컬이 다 들어와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오고, 티켓은 티켓대로 비싸지고 이러는데, 우리나라에서 협업이 잘 발휘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작곡가나 작가들이 많고 우리의 창작진들도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그들의 작품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브로드웨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에라도 진출하는 시작을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 감독은 기타연주로 세계 유수 콩쿨에서 입상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솔로로 낸 음반만 해도 이미 여러개이다. 힘들게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뮤지컬 작품을 선보이지 않아도 그는 자신이 가진 기타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세계를 제패하고도 남을 거 같았다. 그런데도 두통과 불면에 시달리면서까지 뮤지컬 창작에 매달리는 그 동력은 뭘까?




  “뮤지컬은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창작이든 라이선스든 다 힘들다. <프랑켄슈타인> 첫 공 끝나고 박수를 받으면 너무 감격하고 힘들어서 펑펑 울 줄 알았는데, 다른 작품하고 감흥이 똑같았다. 다 힘들었다. 하지만 기타보다 뮤지컬을 해야 돈을 더 잘 번다(웃음). 농담이다. 난 뮤지컬이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는 작업이라서 좋다. 지금도 나는 뭔가 배우고 있다. 배우들의 입장을 이해해보고 나도 한번 샤우팅이라는 걸 느껴보려고 보컬트레이닝도 받고, 예전 조연출을 할 때는 사람들이 피아노 부서진다고 할 정도로 피아노를 열심히 쳤다. 사람들과 보편적으로 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언어를 찾기 위해서 그랬다. 이렇게 자신에게 부족한 걸 찾아서 더 배우고 그걸로 다른 사람들과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은 너무 행복하다. 더군다나 우리의 협업으로 대중들도 즐거움을 느끼지 않나? 음악 감독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뭐든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열심히 배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피아노가 됐든, 작곡이 됐든, 연기가 됐든.. 그 열정에서 뭐든 나올 수 있다.” 




  노력하는 천재, 이성준 음악감독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것은 비단 그의 전작들이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보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 믿음은 계속 배우고 노력하려는 그의 성실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글. 강지나 기자 wingl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