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INTERVIEW <일단 드루와> 문성일

<일단 드루와> 문성일

805
SHARE

0

1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가 전한 갑작스러운 공연 소식은 첫 공연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놀라운 참여율로 되돌아왔다. 그야말로 ‘핫’한 공연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스프링어웨이크닝> 속 한센으로, 또 누군가에겐 모범생들의 상위 0.3% 서민영으로 기억되며 차근차근 배우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배우 문성일과 그가 기획한 공연의 이야기다.

배우로서 자신이 그려온 궤적을 따라 익숙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공연을 기획하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의 새로운 수식어를 내걸었다. 극단 <들어와> 대표 문성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시간을 쪼개 쓰며 바쁘게 지내고 있음에도 그는 지친 기색보다는 안거낙업(安居樂業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즐겁게 일한다)이라는 말처럼 곳곳에 일에 대한 즐거움을 드러냈다. 감사와 행복을 아는 그에게 이제 막 첫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극단과 공연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

 

 

로고공연일정을 살펴보면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일치한다.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가?

  원래 처음에는 뒤죽박죽이었어요. 그러다가 가만히 보니까 ‘순서대로 해도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날짜에 맞춰서 배치를 했어요. 과연 배우들이 ‘이 스케줄을 맞춰줄수 있을까’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신기하게도 다 ‘OK’를 해주셨어요. 이건 공연을 하라는 운명이다 싶었죠.

 

로고이번 공연의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3년 동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계속 해왔어요. 물론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만큼 크게 하려던 생각은 아니었죠. 처음에는 그냥 길거리에서 <스프링어웨이크닝> 버스킹을 하고 싶었어요. 해마다 시도는 해봤는데, 그때마다 여건이 안 되고 상황도 안됐어요. 이전에는 안 되면 포기를 했었다면 이번에는 작정하고 들이댔던 것 같아요. ‘하고 싶다’는 것을 더 강하게 어필하기도 했고요.

 

 로고티켓팅이 굉장히 치열했던 것으로 안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 했는가?

  아니요. 처음에 계획할 때도 이익을 따지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자’라는 것이 가장 컸었어요. 솔직히 저희가 예상한건 30~50명 정도였는데 티켓오픈 당일 11시가 되자마자 서버가 다운돼서 창이 열리질 않더라고요. 몇 분 뒤에 접속해서 상황을 봤더니 순식간에 3천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어요. 그런 일은 처음 겪어보기도 했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았어요. 처음에 저희가 기획한 의도는 자그마한 피아노 한 대정도 놓인, 어쿠스틱한 느낌의 공연이었는데 반응을 보고나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규모가 커졌죠.

 

 로고그렇다면 밴드 같은 것들이 모두 티켓 오픈 후에 추가된 것인가?

  원래는 피아노, 기타 정도가 다였어요. 소극장이기 때문에 잘 들리기도 할 것이고, 조촐하게 하자라는 생각이었는데 반응과 기대가 정말 크시더라고요. 멤버들도 처음엔 그렇게 대인원이 아니었어요. 최대한 해줄 수 있는 배우들을 찾았는데 감사하게도 배우들이 먼저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기도 했어요.

3

로고그렇다면 이러한 반응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사실 부담보다 오히려 ‘감사하다’, ‘고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작품의 힘이 정말 크기도 했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제가 (이)석준 선배님처럼 오랫동안 해온 것도 아닐뿐더러 (김)호영 선배님처럼 입담이 좋은 것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함께 참여해주는 지인들이 어떤 일말의 고민도 없이 “네가 한다는데 언제든 달려가야지”라고 바로 승낙을 해주는 걸 보니까 ‘내가 못살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동을 받았어요.

  특히, 측근들이 제게 “사람들이 널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 근데 네가 지금 사람들한테 방법을 알려줬으니까, 힘내게끔 도움을 주려는 게 아닐까?”라고 건넨 얘기에 조금 울었던 것 같아요.

 

로고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겠다

  배우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잖아요. 저도 작년에 컴백하고 나서 오랜만에 공백 기간을 갖는 거예요. 물론 이 프로젝트를 하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좀 쉬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들이 교차하더라고요. 예전에 <스프링어웨이크닝>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또 같이 작품 할 수 있을까요?”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김민정 연출님께서 ‘우리 이거 깊숙한 곳에 두고 조용히 가져가자’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얼마 전 연출님께서 남기신 트위터 멘션에 ‘꺼냈다’라는 글귀를 보자마자 제가 데뷔했을 때의 행복했던 때가 떠올라 울컥했어요.

4

로고정식공연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형적인 토크콘서트도 아니다. 상황극콘서트라는 말이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다

  사실, 공연과 관련된 토크쇼가 많잖아요. 저도 그런 토크쇼를 굉장히 좋아해요. 보기도하고 출연도 하면서, 토크쇼들이 아무래도 작품 홍보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는 지나간 작품이기 때문에 따로 작품 홍보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홍보성을 줄였죠. 제가 <트루먼쇼>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요. 한사람의 일생에 대해서 우리가 지켜보고 그 사람은 그것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인데, 불현듯 그게 확 떠올랐어요. 그러면서 뭔가 신조어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프랭크쇼(Frank show)’에요. 솔직하고 발칙한 그런 쇼. 내 자취방 같은 우리들의 사적인 공간에서 하는 얘기들. 물론 픽션을 가지지 않고 발가벗겨진 채로  모든 걸 오픈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 픽션을 가지면 우리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령, 근황을 묻는다고 했을 때도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가 아니라 “어떻게 지내?”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일상적인 느낌을 주는 거죠.

 

로고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픽션이 아닌 것처럼 느끼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이미 픽션이라고 공지를 했고, 픽션으로 된 상황들을 매회 공연이 끝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설명을 해드리려고 해요. 저희 공연은 무수한 픽션들로 둘러싸여 있고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마음껏 상상하시라’ 이렇게요. 사실 상상을 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게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정말 픽션인지.

  그런데 저는 배우들에게 연습할 때 계속 요구를 하죠. ‘픽션인건 알겠지만 어느 정도는 솔직했으면 좋겠다’, ‘이미지관리 안 된다’, ‘존칭어 안 된다’를 연습할 때도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데 또 완전히 관객을 배제할 수는 없어서, 지금 콘셉트로 갖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제가 서술자 역할을 하면서 관객 180명이라는 인원을 한 사람으로 호칭을 하는 거예요. 매 공연마다 콘셉트는 다 달라요.

 

로고시놉시스나 무대구상은 어떻게 했나?

  시놉은 제작감독님과 같이 이것저것 막 던져보고 그 중에 골라낸 건데, 사실 이렇게 일을 벌려놓고 연출님께 맡겨버렸죠. 우리가 시놉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제 연출님이 어떻게 해보라는 식으로. 그렇게 셋이서 초반에 맨날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했어요. 어쨌든 우리끼리만 재밌고 끝낼 수도 없고, 다 같이 공유를 해야 하는 거니까요. ‘어떻게 이걸 풀어 나가지’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로고좌석배치도부터 시작해서 곳곳에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공연 외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물론 그 일들을 저 혼자 다하지는 않았어요. 일단 저희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단차였어요. 그래서 직접 극장을 찾아가서 객석 의자에 앉아 보기도 했죠. 사실 배우가 해보지 않은 일들을 지금 해보다 보니 재밌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한지 알겠더라고요. ‘이런 힘든 부분들이 있었구나’하고 이해가 됐어요. 그리고 또 신경 썼던 부분이 좌석배치에요. 업체에 맡겨서 티켓팅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복잡해져서 과감하게 블로그를 시작한 건데, 블로그를 해보니 거기에 따르는 어려움이 또 있더라고요. 선착순을 정리를 해야 하고 좌석배치를 일일이 해야 하고. 실질적인 업무는 제작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파트가 다르더라도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업할 때 옆에서 졸더라도 같이 밤을 샜죠.

 

로고<스프링어웨이크닝>만 해도 출연배우들이 굉장히 많다. 많은 인원을 캐스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스프링어웨이크닝> 같은 경우는 이 계절 9월이 되면 “이걸 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실 분?”하고 장난스럽게 한 번씩 공지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때랑 3년이 지난 지금도 반응은 똑같았어요. ‘드디어 하는구나’, ‘네 덕분에 우리가 다시 모일 수 있게 됐네.’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사실 이 많은 인원들이 결혼식 같은 행사가 아니고서야 한 번에 모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 작품이 배우나 스텝들한테 큰 의미를 주는 이유 중 하나가 굉장히 사람을 맑고 깨끗하게 해주는 것 같은, 아무것도 없는 순수했을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게 있어요. 유독 신인들이 많이 하기도 했고 이 작품을 통해서 잘된 배우도 많아요. 그러다보니 그런 감정들과 그 시절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에 모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다른 작품 중 몇 개는 캐스팅하기 힘들었던 것도 있었어요. 캐스팅하면서 ‘이게 제작사의 마음이구나’, ‘생각보다 캐스팅이 쉽지 않네’라고 생각했죠. 스케줄 정리하는 것도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고 또 배우의 프라이버시도 어느 정도 지켜줘야 하니까요. 그래도 이 프로젝트의 콘셉트 자체가 어떠한 정해져 있는 틀이 없으니까 당연히 부담을 느끼고 겁을 낼 수도 있는 건데도 다들 재밌겠다고 생각 해줬어요. 오히려 배우들이 안 외워도 되는 악보를 외우기도 하고 연습하면서 점점 욕심을 내시더라고요.

 

로고의외의 캐스팅이 있기도 했다. 이전에 <쓰릴미>를 한 적이 없는 최성원 배우의 출연도 있었고, 몇몇 배우는 공연 당일 다른 공연에 출연한다.

  어떻게 보면 과감한 거죠. 성원이형 같은 경우는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알겠지만 굉장히 똑똑하기도 하고, 어디에 있어도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형이기 때문에 극 안에서 쇼 스타퍼 같은 느낌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쓰릴미>라는 작품이 많이 무겁잖아요. 제가 했던 작품들이 대체로 무겁기 때문에, 오히려 콘셉트 자체를 무거운 작품일수록 B급 코드를 넣으려 했어요. 조금 더 편안하게 보실 수 있게끔. 사실 본 공연이 지금 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본 공연 볼 때마다 긴장하며 보시는데 저희 공연 볼 때까지 굳어있고, 긴장하시면 힘들잖아요. 안방에 온 것처럼 좀 편안하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세트 콘셉트가 집이기 때문에 냉장고도 있거든요. 거기서 음식을 꺼내먹기도 하고 배달도 시켜먹고. 완벽하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도 재밌겠지만 일부러 어그러트리는 부분도 재밌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것도 하나의 콘셉트이고, 그래서 부담이 덜한 거죠. 

5 

로고단순히 공연을 올리고 싶다 해서 쉽게 진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작사와의 합의도 이루어졌어야 했을 텐데, 특히 해븐의 작품은 세 작품이나 다룬다. 협의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직접 대표님을 찾아가서, 로열티도 지불하고 정당하게 공연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예전에는 반대하시는 것도 있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했었죠. 물론 모든 대표님이 다 그러시겠지만 작품을 굉장히 소중히 다루시고, 작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시는 분이시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도 없이 오히려 “상처 안 받을 자신 있겠어?”라는 말을 해주시면서 저를 걱정해주시더라고요. “알았어, 잘해봐.”라고 허락해 주셨을 때, 감사했지만 당황하기도 했어요. 어떤 벽에 부딪칠 법도 한데, 이쯤에서 부딪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일이 해결 돼 버리고. ‘평생 운을 여기에 다 쓰나?’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어요.

 

로고비교적 짧은 기간에 각기 다른 콘셉트의 공연을 9회나 진행한다. 연습에 어려움은 없는가?

  분명히 어려운 점이 있죠. 일단 스케줄 정리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다행히 연습은 다 밤에 하는데, 초반에는 거의 밤 9시부터 연습을 시작해서 배우들 다 보내고 저희들 작업까지하면 새벽 3~4시는 기본이었죠. 최대한 배우들을 배려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공연하고 있는 배우들은 저도 그걸 겪어봤기 때문에 얼마나 피곤할지 저도 알거든요. 지금은 제가 제작하는 입장이니까 닦달할 수 있는 거지 제가 초대돼서 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투정 하나 없이 해주고 있어요. 단지 투정이라면 배고프다고 야식을 호소하는 것 말고는 전혀 없었죠. 오히려 제가 피곤해서 처져있으면 배우들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곤 했어요.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로고마지막 공연의 제목이 ‘Keep Going’이다. 단독출연인데다 그렇다고 따로 작품이 나온 것도 아니라 예측이 잘 안 된다. 마지막 공연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이도 얼마 되지 않았고 저에 대한 모든 것을 오픈할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나’라는 사람이 배우이기 전에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왔는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요. 물론 사연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너무도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그리고 데뷔하고 나서도 가십거리에 유독 오르락내리락하는 배우 중 하나가 되다보니 그런 부분들 때문에 힘들기도, 피해를 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저를 힘들게 했던 부분에 대해 아주 조심스럽게 얘기를 해볼까라는 생각도 있어요.

  올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하면서 이미지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캐릭터의 영향과 제가 가진 타고난 이미지가 세다보니 제 캐릭터가 상당히 고정되어 있었어요. 작품을 놓고 봤을 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로 저를 아는 지인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거든요. 얼마 전 박소영 연출님께서 제게 “이제 네가 무슨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면 넌 이제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넌 분명히 확고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지금 그것도 가능하고 이것도 가능해. 얼마나 행복하냐.” 그 말을 듣고 ‘이제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봐 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고맙고 감사했어요. 사실 그런 타이밍이 언젠가는 올거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거든요. 저는 지금의 삶 자체가 행복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배우들이 각자만의 타이밍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지금이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물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서 점점 기대심리가 커지는 만큼 더 명확하게 관객들을 찾아 가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기면서 부담이 되기도 해요.

 

6

 

 

로고공연이 공개되면서, 극단 들어와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극단 소개 좀 부탁한다.

  배우들은 항상 쫓기면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재밌고 행복한 작업, 정말 하고 싶고 꿈꿔온 작업을 능동적으로 해보자는 목표가 컸어요.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서 ‘대학로에 바람을 일으키겠어’라는 야망은 없지만, 조금이나마 비상구 같은 쉼터를 만들고 싶은 거죠. 그리고 리딩이나 쇼케이스 같은 것들도 관객들에게 오픈하고 공유하면서 조금 더 공동 작업의 개념으로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사실, 저소득층에 계신 분들은 꿈이라는 걸 가지기가 어려워요. 그분들에게 제가 받았던 혜택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나눠주고 싶었어요. 예전에 (김)민정 연출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다. 티켓파워가 좋은 배우가 돼라.’ 그래서 더 쉬지 않고 공연을 했어요. 이제 조금씩 시작인 것 같아요. 수익보다는 ‘공동작업’이 우선적인 목표에요. 배우들도 행복한 직업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분명 그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을 거예요. 놀고 싶을 때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극단 이름도 일부러 ‘들어와’라고 지었어요. 누구든지 들어와라. ‘들어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다. 그런 느낌이죠.

 

로고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프로젝트 준비 기간에는 살리에르 공연 중이기도 했는데, 굳이 지금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물론, 타이밍이 자체가 9월이 쉬고 있을 때기도 하지만, 제 스스로가 쉴 수 있는 탈출구를 찾고 싶었어요. 지치고 힘들었던 부분들을 분출하고 싶었던 거죠. 밤을 새고 <살리에르>를 공연한 적도 있어요. 이 작품 때문에 <살리에르>에 피해가 가진 않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악을 쓰고,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서 컨디션에 무리 없이 공연을 올렸었거든요. 책임감을 느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행복하고 재미있는 것을 하니까 지치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시기적으로 빠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로고배우로서가 아닌 새로운 위치에서 배우게 된 것들이나 어려움이 있는가

  모든 것들이 새롭기는 해요. 배우가 하는 일은 사실 주어진 대본에 열심히 연습하고 공연하고, 이게 다거든요. 근데 공연을 할 때, 배우가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뒤에 수많은 작업이 있다는 걸 대충 감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복잡한 절차가 있다는 것은 몰랐어요. 그리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일하는 일이기 때문에 말 하나로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는 것들도 느꼈고요.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가 ‘착하고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 이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었어요. 지금까지 일을 진행해 올 수 있었던 것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컸죠. ‘나 잘 살았네.’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로고장애인, 저소득층 대상의 공연이 예정이라고 들었다. 이후 극단의 행보나 다음 공연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저희의 방향은 정해져있지 않아요. 상업적인 부분과 비상업적인 부분을 번갈아가면서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중간에 하지 않은 것들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뮤지컬은 상업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면 그에 대한 수익을 분명히 창출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작업을 열심히 돌려서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항상 프로젝트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해요. 물론 그분들과 함께 하는 공연에 대해 정확한 플랜이 짜여 있지는 않지만, 저희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배우로서 같이 하는 거예요. 그런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배우가 일대일로 붙어서 한 회가 되었든 두 회가 되었든 같이 공연을 할 거예요. 그분들한테 조금 더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또 이번 프로젝트 뿐 아니라 앞으로도 상황극 자체를 여러 가지로 반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틈날 때마다 놀러 오실 수 있게 저희는 심심할 때마다 공연을 또 준비하지 않을까 싶어요.

7

로고지금 하고 있는 극단이 관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았으면 하는가?

  한마디로 정의하면, ‘일단 들어오시라’는 거예요. 들어와 보면 분명히 알 수 있거든요. 저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프로젝트 뿐 아니라 앞으로도 전체적으로 ‘트루먼쇼’ 콘셉트로 갈 것 같아요. 지금은 저희가 인력이 모자라다보니 블로그를 왕성하게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블로그를 통해서도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지금 우리가 어떻게 갈 것인지, 또 우리가 어떻게 갔으면 좋겠는지,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그런 것들을 함께 공유할 생각이에요. 일단 들어와서 저희와 같은 배를 타셨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면서 좋은 일이기도 한데, 일단 ‘GO’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사람인지라 미리 예측은 못할 것 같고, 가다보면 조금 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글. 이하나(tn5835@musicalpublic.com)
사진. 안아진(vely_j@hanmail.net)
장소. 디오르골 커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