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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숙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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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실종사건>, <빨래>, <로기수> 그리고 ‘여신’이라는 애칭을 가져다 준 <여신님이 보고 계셔>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온 ‘이지숙’이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마다 시각적인 이미지만큼이나 크게 다가오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살갗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다.

때로는 절절하게 울고, 때로는 불합리한 세상에 소리치는 그녀의 연기와 함께, 마치 “다 괜찮아. 잘 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듯한 그녀의 노래는 관객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저마다의 생채기를 보듬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지숙 배우를 ‘힐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어떤 작품의 어떤 모습이건 간에 ‘공감’이라는 가장 튼튼한 연결고리로 관객과 이어져있는 이지숙 배우는 스스로를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때로는 평범하기에 더 특별해지는 순간이 있다. 백 마디의 말보다 꼭 잡아준 한 번의 손길이 더 위로가 되는 것처럼, 그녀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평범한 사람의 체온 ‘36.5℃’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으로 귀결된다.

평생 연기를 하며 살고 싶다는 이지숙 배우의 바람처럼, 그녀가 전하는 온기를 오래도록 느낄 수 있기를 함께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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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어떻게 해서 배우가 됐나

한 때는 가수가 꿈이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내내 준비하기도 했고 실제로 가수가 될 수도 있는 기회도 있었고요. 그러다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시기가 오면서 여느 사람들처럼 ‘나는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죠. 그때 문득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왕과 나> 같은 영화들이 떠올랐어요. 뮤지컬영화들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연기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어디서 본 건 많았는지,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게 해주시면 등록금 걱정하지마시라고 설득을 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제는 그때가 기억이 잘 나지도 않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막연하기는 했어도 그때 정말 연기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배우가 되고 난 후, 부상에 시달릴 때도 많지 않았나

원래도 좋지 않은 다리였는데, <피맛골 연가> 때 커플 춤을 추다가 인대를 다쳤어요. 3주간 연습도 못하고 앉아만 있었죠. 극에 차질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감독님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제 의사를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는 왠지 공연을 포기하면 나 자신한테 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리만 버텨주면 된다는 마음으로 붕대 감고 테이핑하면서 공연을 마쳤죠.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금도 오른쪽 다리는 아파서 턴을 잘 못해요.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지숙’이라는 배우의 장점으로 노래를 꼽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성대결절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 뿐 아니라 춤까지 추면서 호흡을 스스로 컨트롤해야 해요. 사실 그 셋을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목에 굉장히 무리를 주죠. 제가 배우로 살아가는 한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배우들에게 성대 결절은 그저 흔한 감기 같은 거니까요.

비교적 원 캐스트로 공연을 많이 해왔다.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친 적은 없었나

저는 오히려 원 캐스트가 편해요. 더블(캐스트) 같은 경우에는 확실히 체력적으로 안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집중력은 떨어지더라고요. 원 캐스트를 하면 말 그대로 ‘공연을 하기 위한 몸’이 돼요.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목소리가 안 나오다가도 막상 공연시간이 되면 신기하게도 목소리가 나오더라고요. 몸이 그렇게 세팅이 된 거죠. 사실 작품을 하나만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작품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런데 그런 환경이 안 되다 보니까 속상할 때도 많죠. 몸이 힘든 것보다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것들이 이런 현실적인 부분들이었어요. 그런 문제 때문에 연기를 그만둘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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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그만두려 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나

세 달 공연하고 여섯 달 쉬고, 또 한 달 공연하고 일곱 달 쉬고. 이렇게 하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제일 힘들었어요. 모든 배우들이 지금도 하고 있는 생각이고 앞으로도 하게 될 생각이지만 그 당시 저에게는 그 문제가 더 크게 다가왔어요. 내가 뭐라도 새로운 걸 할 수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했죠.

그 때 만나게 된 작품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인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여신님 리딩 제의가 왔는데, 처음에는 무슨 작품인지도 잘 몰랐어요. 그저 저를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리딩부터 삼연까지 하게 됐는데, 사실 초연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없었어요.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을까?’, ‘여신이라는 걸 내가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신’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연기적으로 풀어내는 부분들이 없어요. 기능적인 인물인거죠. 그래서 작품도 정말 좋고 함께 하는 배우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았지만, 캐릭터로서는 속상한 부분이 있었어요.

‘여신’이라는 캐릭터를 공감하기가 어려웠던 것인가

공감하기 어려웠다기보다는 의문이 들었었던 것 같아요. 공연이 올라가고 나서 생각지도 못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저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배우로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비교적 짧게 연기하는 여신이라는 캐릭터에 왜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고 좋아해 주실까 라는 의문이 있었죠. 삼연 때, 더블캐스팅이 되면서 공연을 보고나니까 그제야 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극 안에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 항상 예뻤던 때를 기억해주고 믿어주니까 그것을 보는 사람들까지 그냥 믿게끔 되더라고요. 모두가 믿어줬기 때문에 여신이라는 캐릭터가 완성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딩부터 재연까지 원 캐스트를 해왔고, 삼연에서는 더블 캐스팅이 됐다. 그리고 이번 사연에서는 여신이라는 자리를 내려놓았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작품에 ‘이지숙’이라는 배우는 일종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내려놓을 준비를 천천히 해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준비를 해왔던 건 아니에요. 사실 어떤 하나의 작품이나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이건 이 배우지’라고 딱 떠오르는 특성화된 뭔가가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걸 나 혼자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캐릭터가 한정될 것 같아서 이제 안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저라는 배우가 다양한 면을 보여드리고, 더 깊어져서 돌아간다면 그게 여신님을 더 풍성하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때 돌아가고 싶어요. 여신님은 제게는 고향처럼 언제든 돌아가면 반겨줄 것 같은 곳이에요. 항상 제 마음 속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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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석구’ 역할을 함께 만들어 나갔던 최성원 배우도 좀 더 깊어져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성원이 마음이 뭔지 저도 알 것 같아요. 사실 삼연 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초연 때는 아무런 확신 없이 같이 공연을 만들어 나갔다면, 재연 때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연구할 수 있는 방향이 보였어요. 그런데 삼연은 더 이상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듯한 자괴감도 들었죠. 물론 제가 완벽하게 잘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거든요. 그래서 삼연할 때부터 사연이 올라온다면 저는 안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죠. 조금 쉬고 싶었어요.

이번에는 관객 입장으로 돌아가겠다

네. 그래서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삼연 때도 공연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다보니까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때는 ‘이 사람이 이렇게 연기하고 이렇게 움직이네?’, ‘저건 정말 좋다.’ 이렇게 일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봤다면, 이번에는 정말 순수한 관객 입장으로 극에만 집중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왕세자 실종사건>, <빨래>, <로기수> 등. 비교적 소외된 사람들이나 약자들을 다루는 공연과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이 작품을 선택하는 요인이 되는가

그런 게 있으면 자꾸 저한테 연락을 주시는데, 제가 조금 불쌍하게 생겼나 봐요(웃음). 제가 하층민을 연기해야겠다. 우리네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고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끌리기는 해요. 어차피 저도 평범한 보통 사람이고, 특정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대본을 읽었을 때도 공감 가능한 이야기다보니,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편하게 느끼는 것도 있어요.

똑같은 역할이라도 이지숙 배우가 하면 더 서글프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게 있다. 평소에 감수성이 예민한 편인가

원래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역할을 많이 맡다보니 오히려 평소에는 더 건조해졌어요. 공연 때 너무 쏟아 내다보니까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평소에는 더 안 울려고 하고, 더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 것들이 좀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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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쏟아 내야 하는 극을 그동안 연이어서 해왔다

(한숨) 진짜 너무 힘들어요. 다른 것보다 마음이 제일 힘들더라고요. 물론 울고 나면 개운해지는 것도 있지만, 계속 울다보면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성격도 더 차분해지고 가라앉게 된 것 같고요.

몰입하는 만큼 작품이 끝나고 난 뒤에 공허함도 클 것 같다

제가 일이 없다고 해도 잘 못 쉬어요. 자꾸 누구를 만나려고 하고.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 서있지 않을 때의 공허함을 잘 못 버티기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공연할 때만큼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서 내가 공동체 안에 속해 있는 느낌이 들지만, 그것을 안 하고 있을 때는 철저하게 저 혼자인 것 같더라고요. 물론 가족도 친구도 다 있지만, 소속감이 없어진 느낌이었어요. 혼자 남아있다는 느낌이 싫어서 자꾸 사람을 만나면서 무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디에선가 자존감이 낮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원래 자존감이 낮은지 몰랐는데, 공연 할 때 제가 자학을 많이 하는 편이더라고요. ‘난 왜 이것 밖에 안 될까?’, ‘난 왜 이것도 못하지?’ 계속 나한테 상처를 낸 거죠. 어느 날 누군가 제게 “넌 자존감이 참 낮구나?”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 단어가 마음에 박혔어요. 어떤 잘못이나 실수를 했을 때도 나를 믿으면 ‘못할 수도 있지’라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을 내가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제 탓을 해온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것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는데, 어느 날 그런 글귀를 봤어요. ‘너의 평생에 이거 하나 실패하고 못한다고 해서 인생에 크게 해 될 것 없다. 나중에 다 지나고 봤을 때, 네가 그때 실수한 게 기억이나 나니? 그때 조금 틀렸어도 지금 아무 문제없잖아.’ 그 말이 절 용기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더 잘 살아야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되고요.

작품을 만났을 때 대체로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나가는 편인가

저는 전체적인 스토리라든지, 이 역할이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와 친하다는 관계를 먼저 봐요. 그리고 그 사람이 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지금하고 있는 <빨래>의 나영이를 예로 들면 ‘내 친구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 얼마나 속상할까?‘라는 마음으로 “나영아 너는 사장한테 욕먹었을 때, 무슨 생각했어?” 이렇게 혼자 계속 말을 걸어요. 친구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대본을 계속 말하면서 보다보니까 가끔 버스나 카페 같은데서 사람들이 정신 나간 사람 보듯이 쳐다보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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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영은 지난번과 달라지는 것이 있나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이전에 <빨래>를 했던 다른 배우들한테도 많이 물어봤는데, 다들 새로운 거 할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냥 해도 이미 한번 했었고 시간도 지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깊어져 있을 거니까 상황에 충실할 생각만하라고요. 사실 다시 하는 거라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부담도 있었어요. 제가 마음이 복잡하면 많이 걸어요. 요즘 계속 한강을 걸어 다니면서 결론을 내린 게 있어요. 어떤 상황 안에 내가 있으면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나는 그게 되어있는데, 나는 왜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하고, 내 뜻대로 안된다고 재려고 했을까라고. 10주년 기념 공연 최종리허설 때 다 내려놓고 해보니까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사실 사람인지라 맨날 똑같이 할 수는 없어요. 집중이 깨질 수도 있고 사고도 생길 수 있죠. 그래도 배우들은 최대한 이 상황 안에 있으려고 노력하거든요. 그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려고 해요. 그리고 관객 여러분들도 열린 마음으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코미디극을 보고 ‘재밌다’, ‘기분 좋아졌다’라고 느낄 수도 있는 거고 슬픈 극을 보고 울면서 후련함을 느낄 수도 있듯이, 공연을 보면서 그것이 무엇이 됐든 어떤 감성을 느끼고 가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이 배우와 꼭 해보고 싶다거나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

개인적으로 (전)미도언니를 정말 좋아하는데, 언니를 보면 ‘어쩜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연기도 잘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닮고 싶기도 하고요. (조)정은언니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에요. 이번에 미도언니가 <맨 오브 라만차>에 ‘알돈자’ 역할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로 늘 알돈자를 꼽아 왔어요. 알돈자가 태생부터 거칠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누구나 연약하고 올바르게 태어나지만 자라온 환경과 생활이 나를 그렇게 만들고, 또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알돈자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을 공감했던 것 같아요. 정은언니가 했던 알돈자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미도언니가 표현할 알돈자는 또 어떨지 기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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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에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

<돈주앙>이라는 작품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오디션만 거의 8개월을 봤던 작품인데, 그렇게 고생해서 얻은 역할이어서 그런지 저한테는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프랑스, 스페인을 비롯해서 한국까지. 각양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같이 했던 경험도 정말 재밌었고요. 사실 제가 맡았던 ‘이사벨’이라는 캐릭터는 저한테 너무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집시 역할인데다 솔로 곡은 중저음에서 불렀지만, 합창곡까지 포함하면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역대를 펼쳐야 했죠. 그래서 저에게는 거의 도전이나 다름없었어요. 계속 연습해서 겨우 소화를 했죠. 물론 공연의 결과가 좋았던 편도 아니었고 다시 보기도 힘들겠지만, 그만큼 노력을 많이 한 작품이라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진짜로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시하게 된다면 신인이었던 그때보다 조금 더 깊이 있게 표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배우를 하는 동안 이뤄왔다고 느끼는 것과 반대로 이것을 이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

욕심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무엇을 이뤄왔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이뤄왔다기보다는 이뤄가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고요. 사실 어떤 역할을 꼭 해야겠다는 것보다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커요. 그게 1년에 단 한 작품일지라도 평생 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도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에 절로 박수가 나와요. 지금 저도 대사를 잘 못 외울 때가 많은데 하물며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저는 세월이 흐르고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배우의 연기는 더 깊어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노래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저는 30대 초반의 연기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40대 때는 지금보다 더 깊어진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금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글. 이하나(bliss@stagekey.co.kr)
사진. 이현주(teo@stagek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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