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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동 로망스] 김민정 연출가 & 지현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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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1956년 명동 예술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의 우리

 

뮤지컬 <명동 로망스>의 배경과 맞닿은 시간 1956년.
이때 생겨나 60년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김민정 연출가지현준 배우를 만났다.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2013년 12월 충무아트홀의 창작콘텐츠 지원사업인 뮤지컬하우스’블랙앤블루’에 선정되었다. 이후 BNB 쇼케이스(2014. 2 충무아트홀), 예그린앙코르(2014. 8 충무아트홀) 등을 거치며 약 2년간의 작품개발기간을 거쳐 완성 된 작품이다.  

김민정 연출가는 이 작품이 처음 세상과 조우했던 2013년부터 작가, 작곡가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작품을 계발했다. 그때 여린 싹을 틔웠던 작은 씨앗이 이제는 성목이 되어 무르익어간다. 그는 특유의 애정어린 시선과 어투로 이 작품에 담긴 다양한 담론을 들려주었다.

이 작품은 2016년의 청년 ‘선호’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갑자기 1956년의 명동에 떨어지게 된다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다. 1956년에 도착한 선호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당시의 실존인물 화가 이중섭(1916-1956), 시인 박인환(1926-1956), 작가 전혜린(1934-1965) 등을 직접 만나인생과 예술을 논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올해는 비운의 천재 이중섭 화백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에 분하고 있는 지현준 배우를 통해서 뮤지컬 <명동 로망스>의 예술가들과 이중섭 화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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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동 로망스>의 첫인상은 어떤 느낌이었나.

[김] 대본을 처음봤을 때의 느낌은 ‘젊다’였어요. 지금 이 시대의 젊은 작가와 작곡가가 60년 전의 예술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젊다’는 감각으로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첫인상이었어요. 그 젊음에 1956년 이라는 시간을 덮는 것이 계속 디벨롭하면서 보강했던 부분이었죠. 왜냐하면 그 시대가 쉬운 시대가 아니거든요.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정치적·사회적·문화적으로 여러 문제들이 있었잖아요. 그것들이 개개인의 일상과 혼재되어 있던, 한없이 깊고 넓은 시대였어요. 이걸 끌어오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한 인물을 조망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핵심을 파도라마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라 선택과 집중의 문제도 있었죠. 쉽지는 않았지만 진지하게 모색하고 꼭 잘 해내고 싶었어요. 아직도 완성됐다는 느낌보다는 앞으로 더 완성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 작품이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도 한데, 모든 예술에는 절대적인 완성이 없는 것 같아요.

[지] 처음에는 작품 자체보다도 사람들이 먼저 들어왔어요. 초연 때 다른 일정들 때문에 합류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나가(김민정 연출) 일단 와서 보라고 하셔서 연습실에 갔었거든요. 다른 배우 분들이 리딩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 작품은 해야되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죠.

[김] 창작 초연은 캐스팅이 정말 중요해요. 캐스팅 자체가 모든 플랜의 첫 걸음인데, 초연 당시에 (지)현준이가 정말 바빴거든요. 너무 바빠서 못하겠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와라. 여기에 네가 만나야 될 사람들이 다 있다.’ 라고 한마디만 했죠.

[지] 누나는(김민정 연출) 빈말을 안 해요. 그냥 친한 누나 그 이상이라서 누나가 그렇게 말했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저희 작품 속에 1956년을 살았던 예술가들도 함께였기에 시너지를 낼 수 있었잖아요. 어떤 다른 가치들보다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하죠. 그런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펼칠 수가 있었던 거니까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그 값어치 때문에 힘들어도 하게 돼요. 이 작품과 처음 만났던 그때, 연습실에서 리딩을 보면서 ‘아 이건 내가 결정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해야되는 거구나’라는 느낌이 왔어요. 단순히 좋은 분위기, 즐거운 자리와는 달라요. 즐겁게 차마시거나 좋은 술자리 분위기 이런 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이건 해야겠다’는 직관 같은 게 있어요.

[김] 이 일을 하면서 내 인생의 촉들이 흔들릴 때가 있거든요. 낚시찌가 움직일 때처럼 진동이 와요. 그런 작품은 무조건 해야되는 거죠.

 

김민정 연출님은 2013년부터 블랙앤블루 시즌1, 한예종 학내 공연, 예그린 앙코르 등을 거쳐오며 작가님, 작곡가님과 함께 적지않은 시간 디벨롭 과정을 거치셨다. 그간 작품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않고 가져온 부분이 있을까.

[김] 미장센적으로는 ‘혼재’라는 키워드를 꼽고 싶어요. 이 키워드가 저희 무대에 많이 반영됐어요. 1956년은 어떤 장르를 규정짓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들이 혼재되어있던 시대거든요. 리서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전쟁 직후 모든 것들이 무너진 페허 속에서 미군정, 일제 강점기, 서양에서 건너온 것들이 한국적인 요소에 뒤범벅이 되어 있는 시대였죠. 어떻게 그 시대를 불러낼 것인지 고민이 많이 됐어요. 저희 무대가 겉에서 보기에는 아기자기하고 예쁘지만, 대각선으로 경사진 무대나 혼재된 색채감을 사용한 것이 그 이유예요. 그 시대의 색채감은 사실 모노이지만, 저희의 작품적 해석을 입혀서 다양한 색채를 사용했어요. 그 시대를 품고 있는 모든 생각들의 혼재와 파노라마를 굉장히 다채로운 컬러감으로 표현했어요. 그 파노라마 속에서도 인물들의 순간순간, 그 시대의 순간순간이 묻히지 않고 살아있길 원했어요. 그래서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순간’을 꼽고 싶네요. ‘혼재’와 ‘순간’이라는 추상성에서 출발해서 구체적으로 모든 것을 펼쳐보인 것이 저희 작품 <명동 로망스>라고 생각했고, 이건 작품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놓지 않고 가져갈 부분이에요.

 

얼마전 초연을 호평 속에 마치고 곧 이번 재공연을 이어 하게 됐는데 작품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김] 가장 큰 변화는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극장 사이즈가 대폭 커진 점이죠. 작품이 가진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절대적으로 지키면서, 미장센을 확대 시킨 것이 이번 재공연의 특징이에요. 그래서 무대와 영상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많았어요.

 

초연과 달리 영상으로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구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중섭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주도 이중섭 미술관과 협업이 있었다고 들었다.

[김] 그동안 이중섭 화백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원화를 그대로 쓴 적이 없었어요. 여러차례의 쇼케이스에서도, 첫 본공연 에서도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앵콜 공연 준비하면서 기획사에 제일 처음 요청했던 것이 이 문제였어요. 저작권을 해결해서 이중섭 선생님의 작품들을 꼭 구현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저작권 관리를 하고있는 ‘제주도 이중섭 미술관’ 측에서 흔쾌히 <황소>, <흰 소>, <길 떠나는 가족>의 사용권을 동의해 주셨어요. 또 흥미로웠던 건 미술관 측에서 ‘우리는 제공하는 자가 아니라 협업자로서 참여하고 싶다.’ 라고 적극적으로 응해주셨던 거예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문화 예술은 독립적일 때보다 장르와 장르가 손잡을 때 더 풍요로워 진다고 생각해요. 미술관 측에서 이번 공연을 직접 보고 가셨는데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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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화백을 연기하면서 느낀 지현준 배우 본인과 가장 비슷한 부분, 그리고 가장 이질적인 모습은 어떤 것인지 듣고 싶다.

[지] 철없는 아이같은 면이 비슷해요. 최근에 참여했던 작품의 외국인 연출님께서 제게 ‘아이같은 기질을 가진 늙은 영혼’이라는 표현을 쓰신 적이 있어요. 이중섭 선생님이 예술적인 고뇌 속에서 힘든 삶을 사셨지만 이건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에요. 막상 그 분을 연기해보면 그냥 아이같이 순수하게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삶을 사셨던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런 면이 있거든요. 그리고 얼굴 긴 게 닮았어요.(웃음) 선생님의 별명이 아고리(‘턱’이라는 뜻의 일본어 ‘아고’와 이중섭의 성씨가 합쳐진 말)상이었는데 저도 학창시절 별명이 말대가리 였어요. 몸이 빠르다는 것도 닮았고 체형도 비슷하고요.
이질적이라기 보다 표현하기에 어려웠던 점은, 이중섭 선생님의 순수함이 너무나 짙고 뜨거워서 감히 거기까지 범접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사셨던 건지 생각하게 돼요. 현실적인 면이나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 분의 순수함을 온전히 표현하기란 어렵지만서도 그런 삶이 부럽기도 해요. 그렇게 살고 싶은 욕망이 제 안에 있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공연 기간동안 만이라도 최대한 비슷하게 살아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작품 이전에 2년 전쯤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 먼저 이중섭 역에 분하신 적이 있다. 그때의 이중섭 화백과 이번 뮤지컬 <명동 로망스>의 그 분은 어떻게 다른가.

[지]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이중섭 선생님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당대를 뜨겁게 살아가던 여러 예술가를 골고루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이중섭 선생님의 여러 모습들 중에 대중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대표성을 고민했어요. 그 분의 삶을 가장 대표할 수 있는 건 어떤 모습일까. 그걸 작품 안에서 다른 인물들과 함께 융화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두 작품 씩이나 이중섭 화백을 연기하셨다. 이 배역을 만나서 연기하기 전과 후에 생긴 삶의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지] 정말 많이 얻어맞았어요. 예전부터 많이 접해서 알고 있던 분이지만, 직접 연기를 하면서 이중섭 선생님이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더 잘 알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제 삶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예술가로서 이 분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래서 힘들면서도 감사했죠. 두 작품에서 이중섭 선생님을 만나오면서 지금은 많이 정리가 됐어요. 처음에는 예술가를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선생님 같은 삶을 쫓아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선생님이 그러셨듯이 나도 지현준이라는 사람으로서 내가 내 길을 잘 가야겠다.’는 생각이 자리잡았죠.

 

지현준 배우님은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 하고 계신다. 다르다면 다르고 비슷하다면 비슷한 두 장르인데, 배우로서 느끼는 뮤지컬의 호흡과 연극의 호흡은 어떻게 다른가.

[지] 두 장르가 정말 다르면서 같아요. 우선 스타일이나 방법, 즉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요. 뮤지컬은 상대적으로 상업적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대중예술을 지향해요. 그래서 나름의 매력이 있죠. 연극은 비교적 비주류의 느낌이 있는데, 이 장르에서만 할 수 있는 연기 스타일이 있어서 재밌어요.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작품을 통해 좋은 질문을 던지고,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기본이에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두 장르가 같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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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물은 ‘작품이 어떤 시대를 보여주고 있는가’ 보다는, ‘어떤 시대의 관객들과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2016년 대한민국 사회와 사람들에게 1956년의 명동 로망스 다방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 당시 명동 로망스 다방은 한량들이 모이는 곳이었어요. 세상이 보면 그저 한량이지만,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자신의 삶을 멈추고 거기에 있었을까?’를 생각해보게 돼요. 당시의 그곳은, 삶 속에서 무심코 흘려보낸 것들이나 잊고 살던 것들을 되찾으러 가는 곳 같아요. 예술가들을 포용하고 사유하게 해주던 공간이었죠. 지금 우리에도 그런 순간들을 제공해주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공연을 보는 행위가 그렇죠. 굳이 얼굴을 보지 않고도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공연은 연습에서부터 완성까지 얼굴 맞대고 봐야하잖아요.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관객 분들도 무언가를 발견하고 되찾기 위해 극장이라는 공간을 찾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명동 로망스 다방을 찾던 극중 예술가들 처럼요.

[김] 우선 조민형 작가님이 1956년을 선택하신건 소재적인 호기심에서 시작이 된 거라고 들었어요. 요절한 예술가들을 리서치 하다가 이중섭과 박인환이 같은 해 1956년에 사망을 했고, 전혜린도 같은 시대를 살았었다는 걸 우연히 발견하시면서 작품 구상을 하게 되셨다고 해요. 1956년이 2016년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기 위해서는 2016년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사실 그건 50년 뒤에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살고 있는 이 안에서는 잘 몰라요.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거는 시대가 정말 급속도로 많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신자유주의 체제안에 접어들면서 예술을 포함한 컨텐츠, 서비스 등의 모든 분야가 산업화 되고 있죠. 반면 1956년은 정말로 대량생산과 산업화가 어려운 가내수공업 같은 시대였으니, 그래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끄는 것 같아요. 물질로 채우거나 대량생산으로 퍼부울 수없는, 한땀한땀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감수성이 지금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가봐요. 다른 매체나 대중문화의 흐름도 복고, 빈티지의 경향이 있고요.

 

뮤지컬 <명동 로망스>에는 장선호, 이중섭, 전혜린, 박인환, 성여인 그리고 채홍익까지 총 여섯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중 연출가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가장 마음이 동하는 인물이 궁금하다.

[김] 왠지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인물은 박인환 시인이에요. 원래 역사는 50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잖아요. 역사학자는 시대의 먼지가 다 가라앉은 다음에 일을 시작한다는 말도 있구요. 박인환 시인은 활동 당시에 자신의 시세계를 세상에 자리매김하지 못했다고 느껴요. 그의 작품 세계나 시어들이 아직 제대로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요즘에 문학사적인 재조명이 있다는 것이 반갑구요. 이중섭과 전혜린 같은 분들은 저만해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분이에요. 이미 세상과 많은 소통이 이루어졌고, 그 분들의 작품 세계가 어느정도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반면 박인환 시인은 지금보다 조금 더 깊이 다뤄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요. 그의 시는 너무 파편만 남아있다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 작품의 파노라마 속에서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그의 시어들을 건들이고 싶었어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나 시를 통해서 그가 사회와 시대에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요. ‘시를 쓴다는 것은 내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것이었다.’ 같은 대사를 넣은 게 그래서였어요.
그리고 성여인에게도 마음이 가요. 예술가는 그의 주변을 감싸주는 이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거든요. 당대 예술가들을 넓은 아량으로 둘러싸고, 지지하고, 인정해주는 성여인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저희 작품도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1956년 명동에서 뜨거운 삶을 살던 예술가들처럼, 지금까지의 두 분 인생에서도 가장 불꽃같던 순간이 있을 것 이다. 그때로 타임슬립 해 본다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무얼 하고 있었나.

[지] 저는 연극 처음 시작하던 2003년 이요. 스물 일곱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다큐멘터리 피디를 했었는데, 뭘하고 살면 60세가 되어서도 재밌을지 고민하다가 연극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다른 일을 하다가 늦게 시작한 거라서 열정적으로 임했죠.

[김] 전 매순간 비슷한데,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1993년도 쯤이에요. 폐쇄된 비행장 안에서 긴 시간 혼자 걸었던 때가 있어요. 바다를 보러가다가 길을 잃고 그곳에 혼자 들어가게 됐는데, 바다 근처여서 어마무시한 바람을 맞았어요. 온몸에 힘을 주지 않으면 쓰러질 듯한 거대한 바람이었죠. 그때 많은 생각을 했어요. 자연은 저를 초라하고 겸손하게 만들더라구요. 바람을 맞으면서 걷는데 바람이 제게 어떤 말을 건냈던 것 같아요. 무언가 열망하는 것과 그것에 정말 다가가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세상은 너무 거대했고 한걸음씩 내딛는 것도 힘든 상황 속에서 미친 듯이 애를 썼던 기억이 나요. 그때도 지금도 저는 늘 열망하지만 그 지점에 다다르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망하고 열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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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있는 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가득한 김민정 연출가와 지현준 배우의 이야기는, 뮤지컬 <명동 로망스> 속의 예술가들을 떠올리게 했다.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뜨거운 생의 에너지가 전해졌다.

극 중 ‘선호’의 마음이 이랬을까? 이들을 만난 후 그간 삶에 치여 잊고지냈던 열정과 감성을 꺼내보고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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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은영 vivid@stagekey.co.kr
사진. 이현주 teo@stagekey.co.kr
공연사진 제공. 극단 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