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INTERVIEW 연극 ‘지구를 지켜라’ 정원영 배우 인터뷰

연극 ‘지구를 지켜라’ 정원영 배우 인터뷰

693
SHARE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그것이 직업이 되었든 사랑이 되었든 혹은 삶이 되었든 간에, 관조의 입장과 한 발짝 다가가 살갗으로 직접 느끼는데서 오는 차이는 상당하다. ‘남’과 ‘나’라는 입장차이가 주는 물리적, 심리적인 희극과 비극의 간극. 그것이 우리가 누군가의 삶을 쉽게 정의내리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이 희극과 비극을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푸른빛이 감도는 지구를 더 깊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우리의 어두운 민낯이 고개를 들고,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웃음 뒤로 왠지 모르게 비릿하고 씁쓸한 맛이 감돈다. 정원영 배우 역시 이 작품 속 병구 역을 맡으며 희극과 비극의 끝에서 끝으로 내달려야 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그 이지만, 이 작품은 자신에게도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타당한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이면서도, 내가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그는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해야 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말이 되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정원영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뼘 성장했다.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지구를 지켜라>라는 작품을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었나

단계별로 치열하게 오디션을 보고 경쟁을 했던 앙상블시절부터, 감사하게도 먼저 대본이 오고 제의를 해주시는 지금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을 무대에 서 오면서, 스스로 생각한 저의 모습보다 그동안 저를 봐왔던 스태프들이나 동료 배우들이 ‘배우로서 정원영은 이런 강점이 있다.’라고 인정해주는 모습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의 하나로 저에 대해서 어리거나 순박한 이미지를 떠올려 주셨고, <여신님이 보고 계셔>나 <엘리펀트송>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의식의 흐름을 가진 인물들을 많이 맡아왔어요. 그 두 가지가 잘 맞았기 때문에 이지나 연출님은 이번에 병구 역할로 저를 선택해주셨고요. 사실 무대 위에서 말로 웃기는 건 좋아하지만, 과장된 연기와 몸으로 웃겨야 하는 것들이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어요. 연출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그 모습을 제 모습이라고 생각해주시니까 기대에 부흥을 해야 할 것 같았고, 웃겨야 된다는 부담도 컸어요. 그동안 저는 연기를 할 때 인물에 대한 현실적인 이유를 많이 찾는 편이었는데, 병구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감정이 터져버리는 인물이에요. 그러다보니 하나하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들에서 시간적인 소모가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과정들을 통해서 제가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배우들이 좋았고요.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를 연극으로 잘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으면서도, 영화와 다른 부분이 많다. 자신이 생각하는 연극 <지구를 지켜라>의 매력은 무엇인가

 

처음에 연습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잔인함을 빼고 무조건 코믹으로 바꿔보자, 고문하는 방식을 다르게 만들어보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영화에서 임팩트는 있었지만 잔인했던 다리미로 지지는 장면 같은 것들을 빼고, 관객들은 재미있게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고통스러운 것은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그런데 장난도 한두 번이지 그게 반복되니까 인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너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의 연습 막바지쯤에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어요. 제가 최근에 <테슬라>라는 워크숍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전기의자에 감전되는 장면이 나와요. 그 부분에서 관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걸 봤어요. 무대 위에서 굳이 모든 걸 잔인하게 보여줄 필요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나갔다가 들어올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들이나 의상으로 상상할 수 있게끔 하려했어요. 감정적으로도 슬픈 건 더 슬프게, 재밌는 건 더 재밌게, 그 차이를 더 극명하게 보여드리려 했던 부분이 영화와는 다른 부분이고요. 그리고 병구의 과거나, 병구가 순이를 만나는 이야기 등이 추가되면서 병구라는 인물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부각이 됐어요. 영화에서는 병구와 만식의 대립 위주로 전개가 됐다면, 연극에서는 좀 더 많은 스토리가 들어가 있죠. 어떤 전사를 만들었다가 빼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 어떤 창작 작품보다도 다양한 시도들을 했던 작품이에요.

<지구를 지켜라><엘리펀트송> 두 작품 모두 대사도 많고 감정적으로도 변화가 큰 작품이다. 두 작품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

 

만약 작년에 <엘리펀트송> 초연과 <지구를 지켜라> 초연을 했다면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지만, 이번 <엘리펀트송>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마음으로 하게되다보니 힘든 점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엘리펀트송> 마이클은 병원에서 유일하게 내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간호사와 의사 때문에, 미친 척하고 사는 인물일 수 있어요. 반면에 병구는 자폐나 과대망상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인물이죠. 이 인물은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가도 반대로 어떻게 표현해도 다 괜찮을 것 같았어요. ‘미쳤다’라는 큰 범주 안에서는 두 인물이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집중하고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려고 했어요.

1

병구라는 인물은 순수한 아이 같아 보이지만, 이면에는 잔인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같은 모습이 있다. 이 인물을 어떻게 접근해 나갔나

 

처음에는 사회에 부적응한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에 대해서 연민도 느끼게 하고, ‘저럴 수밖에 없었구나’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의 주제는 병구가 맞고, 강만식이 틀리고, 이런 것이 아니라 온전히 지구를 지키지 못한 것에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쁘게 보여도 되고, 정신병자로 보여도 돼요. 주인공이지만 온전히 나를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칠 땐 더 확실히 미치고, 울고 싶을 땐 확실히 울고. 절대적으로 중간을 생각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극에서 극으로 오갔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부분에서 에너지 소모가 커요.

병구는 지하와 지상,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보이는 감정 변화의 폭도 넓다. 그런 부분이 어렵지는 않았나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도 그런 부분에 있었던 것 같아요. 자꾸 타당한 이유를 찾고 싶었거든요. 정원영이라는 인물로서는 개기일식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그런데 자꾸 만식에게 외계인의 얼굴을 드러내라고 하고, 왜 굳이 바깥에 나갔다가 들어오는지, 그런 이유들을 현실의 정원영이 찾기에는 이해가 안되는 게 많았어요. 예를 들어 강만식이 나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타당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그만해!”하고 몽둥이로 강만식을 때려야 하거든요. 하지만 병구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강만식이 있다는 생각으로 몽둥이를 벽 곳곳에 내리쳐요. 그런 것처럼 이유를 찾기 전에 감정이나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을 완벽하게 표현하려 했어요. ‘내가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라는 마음으로 어설픈 행동이 나와 버리면 인물 표현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19

‘햇살’이라는 별명과는 반대로 결핍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많이 해왔다. 그런 역할들에 더 끌리는 것이 있나

 

 

배우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역할을 통해서 다양한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거예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면서 인간으로서 성숙되는 부분도 생기고요. 있는 그대로의 밝은 모습만 보여드리기 보다는, 무대 위에서 울고, 절규하는 제 모습을 관객들이 보시고 만족해주시면서 정원영의 다른 모습을 인정해주실 때,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 <구텐버그>와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같이 했을 때 참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선 웃고, 저기선 울고.

9

병구를 보면서 <뮤직박스> 속 민석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연습하면서 저 역시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어요. 납치를 해서 의자에 앉혀 놓는 거나, 엄마에 대한 그리움, 시간이 멈춰버린 미성숙한 자아를 표현하는 것까지. <뮤직박스>를 보셨던 관객 분들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비슷하다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정원영이라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비슷한 상황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병구는 훨씬 더 잔인함으로 결핍이 표출되고 있어요. 그 부분에서 차이가 있죠.

일명 병맛이라는 이름의 B급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대놓고 웃기는 극이다. 연습 과정이나 공연 중에 재미있는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연습 할 때, (강)필석 만식이 살아보려고 갖은 애를 써요. 그때마다 순이가 “아니에요”라든지, 제가 “끝났어”라고 맥을 끊으면 풀이 확 꺾이고 지쳐가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지쳐가는 모습들에서 웃음이 많이 나왔어요. 그리고 저희가 쓸 수 있는 소품이나 무대에 대해서 조금 늦게 알게 됐어요. 의자에 앉았을 때 어느 정도 움직임이 가능할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연습을 하니까, 마임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게 웃기더라고요. 아무것도 없는데 ‘칙-’하고 뿌리는 시늉을 하면 강만식은 무조건 마취가 된 것처럼 해야 했어요. 저희는 그걸 계속 이용해서 만식들을 놀리는 재미도 있었죠. 진짜 재밌는 건 (육)현욱 형이었어요. 한 500개의 아이디어를 시도했다가 제일 좋은 것들만 뽑아서 하고 있는데, 정말 재밌는 것들을 찾아내고 끊임없이 노력했어요. 그리고 역시나 지금 무대 위에서 원캐스트로 멋지게 해내고 있죠. 이 작품의 남우주연상은 육현욱 형인 것 같아요.

10

외계인이라는 대상에 대해서 가지는 병구의 생각을 그만의 뚜렷한 신념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자신의 불행에 대한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다고 봐야할까

원망할 대상이 많았던 것, 그게 제일 가까운 것 같아요.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그 종교에 대한 믿음 덕분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고 상처를 치유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병구는 엄마가 죽고 나서도 나를 이렇게 만든 외계인을 무찔러서 지구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게 영화와는 크게 다른 부분이고요. 사실 병구라는 인물이 ‘왜 그렇게 됐지?’라고 생각할수록 표현하기는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그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기사를 많이 봤어요. 그들에게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더라고요. 이 극에서는 그 역할을 강만식이 하고 있죠. 사실 많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던 병구라는 인물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강만식의 행동들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론적으로 강만식이 외계인이었다는 것을 통해서 이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이라는 기준만이 정상인 것은 아니고, 이 지구 역시 우리 마음속의 티끌처럼 온전히 깨끗하지만은 않다는 걸 표현하고 있어요.

영화와 다르게 순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전사가 많이 늘었다. 순이에 대한 병구의 마음은 어떤 것인가

영화와는 다르게 저희 작품에서는 순이를 처음 만나게 된 이야기를 포함해서 병구와의 관계가 나오는데, 연습하면서도 순이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순이는 왜 나를 따라왔을까?’, ‘순이는 어느 정도의 정신 상태인걸까?’. 물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여자친구 지원이라는 인물이 생겨났지만, 어쩌면 연극 속 병구는 영화보다도 더 여자 친구가 있을 수 없는 인물이에요. 사랑이 뭔지 모르는 인물. 그렇게 됐다면 오히려 제가 더 표현하기는 쉬웠을 것 같아요.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난 너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아.”라고. 첫 등장부터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지구를 지켜야 해’ 이 신념만 있던 아이가 죽어가는 순이에게서 “오빠 나 사랑해?”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사랑해”라고 대답하는 건 그것이 정말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하더라도 내 곁에서 진심으로 날 믿어줬던 순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지 않았나 싶어요. 연습 때는 “오빠 나 사랑해?”라고 하면 장난처럼 “아니, 왜 그래” 이렇게 대답을 하기도 했어요. 사실 제가 생각한 병구는 그게 더 맞아요. 그런데 죽는 순간까지 그러면 사람들은 “뭐야, 순이 불쌍해!” 이럴 것 같더라고요(웃음). 병구도 너무 못 돼 보일 것 같고. 그래서 온전히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순이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선물로 주고 있어요.

엄마를 살리기 위해 외계어를 배우는 장면이 있다.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면서 더 처절하게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강만식이 말하는 외계언어가 셋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배우는 모습에서 웃음 포인트도 많고 재미도 있어요. 연습실에서는 엄마가 죽는다는 감정이 집중이 잘 안됐었어요. 오히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데, 관객석에서 웃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니까 병구로서는 큰 도움을 받게 되더라고요. 나와는 너무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웃음소리가 나에 대한 비웃음처럼 들리고, 외계인 웃음소리로 들리더라고요. 외계어를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웃지만, ‘그래 너희들은 진실을 몰라’, ‘진실은 나만 알아’라는 병구의 마음이 크게 느껴지는 순간인 것 같아요. 그 순간 병구가 많이 짠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13

작품 전체에 빈부격차, 정경비리 등의 소재가 관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

제가 죽고 나서, 위험한 순간에도 정신을 놓지 않고 살아남은 강만식에 대한 찬양이 뉴스속보처럼 나와요. 그걸 무대에 누워서 듣는데, 그때마다 안타까워요. 진실과 거짓을 떠나서 누군가의 눈물이 누군가의 웃음이 되고 그것들이 공존해 나가는 세상이잖아요. 맨 마지막 장면에 병구가 혼자 나와서 “근데 이제 지구는 누가 지켜?”하고 뒤를 돌아봤을 때, 무대에 녹색 빛이 떠돌아다녀요. 그 녹색 빛이 굉장히 어두운데 그게 우리 작품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냥 아름답고 깨끗한 지구가 아닌 왠지 어두운 면을 가진 지구.

앙상블, 커버 등을 거쳐 현재의 주연배우가 되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배우로서 회의가 든 적은 없었나

거짓 없이 정말 한 번도 없었어요. 물론 지금처럼 다른 작품 연습과 공연을 병행하다보면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하루도 없을 때도 있지만, 지금 집에 계신 동료배우이자 아버지인 정승호씨의 쉼을 보면서 이 순간을 굉장히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아버지는 굉장히 하고 싶어 하시거든요.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선택을 받아야 하고, 때를 기다려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 쉬면서 할 걸’이라는 회의보다는 감사함이 더 크게 다가와요.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제가 그 정도로 달려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요즘 안주하며 산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 <지구를 지켜라> 2회 공연을 하는데, <구텐버그> 2회 할 때만큼 땀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지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도 하고 체력적으로 보충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제 몸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요.

2

데뷔 초, 많은 배우들이 기대가 되는 배우로 정원영 배우를 꼽기도 했다. 이제는 반대로 기대가 되는 배우를 꼽아본다면 누가 있을까

제가 한 3년 내내 내년이 기대되는 배우로 뽑힐 때가 있었어요. 농담이 아니라, 주목할 만한 배우를 꼽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저예요. 요즘에는 저의 노래나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위트 있는 듯한 모습의 연기가, 많은 제작자 분들이나 관계자 분들에게 보여드릴만한 ‘한 방’은 없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이번에 <인더하이츠>라는 작품에 기대를 많이 했어요. 팝적인 장르의 음악에 랩이 결합되고, 힙합 그리고 연기까지. 제가 생각하는 뮤지컬 3대 요소가 잘 들어맞는 작품이었어요. 감사함과 별개로 ‘정원영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더 잘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제가 가진 것을 드러내야지하는 마음보다는 조금 더 나를 업그레이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 연기 그리고 체력까지요. 모든 면에서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아직 어떤 선배의 입장은 잘 안 느껴져요. 물론 서경수라는 배우는 4년 전 <런 투 유>라는 작품에서 만났을 때 잘 될 거라고 예상했어요. 배우로서 정말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베어>에서 만나게 된 후배들도 기대가 많이 되고요. 굳이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지금 <뉴시즈> 앙상블을 하고 있는 장재웅이라는 친구를 꼽고 싶어요. <인더하이츠>에서 처음 만났는데, 매일매일 막공처럼 땀 흘리면서 최선을 다하는 친구예요. 역시나 <뉴시즈>에서도 많은 칭찬을 받고 있더라고요. 앞으로가 정말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

연기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다양한 장르에 대해서는 지금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고, 계속 도전도 하고 싶어요. 친한 배우들이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빨리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설 때도 있지만, 그 욕심은 뒤로하고 언젠가 저를 찾아주신 분들이 후회하지 않게끔 좋은 기량을 계속 충전해 나가고 싶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느낀 것이 있어요. 말이 안 되는 이야기 안에서도 말이 되는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믿음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그 감정을 그대로 다 전달해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흡인력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글. 이하나(bliss@stagekey.co.kr)
사진. 이현주(teo@stagekey.co.kr)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