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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시간 – [유럽블로그] 강태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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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혹은 일상이라는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책임감이라는 이름과 손을 잡고 어깨를 짓누르곤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간과 함께 ‘나’라는 사람이 함께 닳아간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삶 한가운데서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다음’, ‘언젠가’를 기약한다. 2016년 삼연으로 돌아온 <유럽블로그>는 그런 누군가에게 ‘열심히 살면 정말 열심히만 살게 되더라’며 주저 말고 일단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훌쩍 유럽으로 떠난 종일, 동욱, 석호 세 사람의 무모함 앞에서, 관객들은 금세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라는 말의 정의를 살갗으로 느끼게 된다. 그 가운데 강태을 배우가 연기하는 ‘동욱’이라는 인물의 여행은 그야말로 ‘나를 찾는’ 여행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찬 출발이었지만, 그곳에서 사람과 함께 무수한 변수들을 만나며 온전한 자기 자신과 마주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전보다 훨씬 더 편한 모습으로 다가온 강태을 배우 역시 일단 시작하고 출발하라는 당부를 건네며, 그 속에서 ‘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건넬 것을 강조했다. 배우 강태을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던 작품 <유럽블로그>와 그가 연기한 동욱을 만나보았다.

 

<삼총사> 공연 중에 유럽을 다녀와야 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말씀하신 것처럼 <삼총사>가 공연 중이었고, 제가 유럽을 가있는 동안 더블 캐스팅인 친구가 혼자 공연을 해야 하는 게 제일 걱정되고 미안했어요. 고맙게도 흔쾌히 다녀오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처음 가는 유럽이기도 하지만, 공연을 하는 친구들과 공연을 위해서 간다는 것 또한 흔히 경험하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 경험이 저에게는 특별할 것 같아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초연과 재연을 성공적으로 올렸던 작품이다. 삼연에 출연하게 되면서 오는 부담은 없었나

저는 무슨 작품을 하든지 초, 재연을 참고해서 ‘이번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해도, 그것에 대해서 부담을 가지는 편은 아니에요. 그렇게 따지면 <삼총사>는 ‘엄유민법’이라는 고유명사까지 있는 작품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을 선택했던 것은 그분들과는 다른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유럽블로그>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하는 동욱은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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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을 배우는 주로 선 굵은, 남성적인 이미지의 작품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동욱은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다

한국에 와서 배우생활을 한지 이제 9~10년 정도 됐어요. 그 시간을 보내면서 배우 강태을도 조금씩 변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전작인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나 <유럽블로그>처럼 조금 더 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아요. 오히려 스물일곱쯤에 이 작품을 만났다면 오히려 나이대는 더 비슷했을지 몰라도 편하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이전과 다르게 이 작품은 관객과 호흡하는 부분들이 많다. 공연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나

제가 이렇게 관객과 가깝게 호흡을 한 작품은 처음이에요. 극 중에 관객 분께 가방을 맡기는 장면이 있어요. 근데 모두 가방을 안 맡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는데 다행히 한 분이 손을 드셔서 그분께 드린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가방을 열려고 하셔서 급하게 말린 적도 있고요. 관객들의 행동이 저희 계산과는 다를 때, 많이 놀라게 돼요. 그런 에피소드들이 그날 공연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배우들끼리도 이 작품은 세 명의 배우가 나오지만, 한 명의 배우가 더 있다고 얘기하거든요. 관객 분들과 얼마나 호흡하느냐가 이 작품의 가장 큰 포인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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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머더발라드>역할을 맡았던 세 사람이 동욱역을 맡았다. 그런 점에서 동욱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함께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이 수월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죠. 공연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 배우들의 헤어스타일이 맞춘 것처럼 거의 비슷해요. 동욱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세 명이 생각했던 이미지가 비슷했던 것 같아요. 물론 탐도 동욱이도 셋 다 비슷한 생각으로 캐릭터가 출발했지만, 연습하면서 조금씩 각자 다른 모습이 나오게 됐죠.

동욱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동욱은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이면서, 대기업을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잖아요. (주)종혁이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을 것 같은 모습이 많이 보이고, (조)풍래는 정직하고, 일 열심히 하는 회사원의 모습이 많이 보여요. 본인이 해야 할 몫에 대해서 굉장히 철저하고 열심히 준비하는 풍래의 실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결혼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회사원들의 무게감을 조금 더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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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꽃보다 청춘>처럼, 직접 숙소나 일정 등을 예약하며 여행을 다녔다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웠던 일이나 재미있었던 일이 있었나

한국에 돌아올 때, 경유하는 비행기에 여권을 놓고 내린 적이 있어요. 뭘 잘못 작성했는지 저희 카메라 감독 짐이 다른 데로 가버렸어요. 그래서 “다시 확인해보자”하고 각자 짐을 확인했더니 제 여권이 없더라고요. 원래는 그대로 다른 비행기를 타러 갔어야 하는데, 천만다행으로 그때 발견하고 뛰어갔죠. 그 외에는 누구 하나 말썽 피우는 사람도 없었고, 늦잠 자는 사람도 없을 만큼 여행에 참여를 잘 해줬어요.

이번 여행이 영상 촬영의 목적이 크기도 했지만, 공연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직접 여행을 다녀왔을 때와 다녀오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큰 것 같은가

아무래도 영상으로 본 것과 직접 다녀온 건 차이가 있죠. 물론 저도 영상을 보면서 관객들에게 표현을 해야 하지만, 바로 앞에 해변을 보고 온 사람과 보지 못한 사람이 말하는 “진짜 예쁘다”는 다르거든요. 영상을 보면서 제가 실제로 갔던 곳을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떠올려 봐요. 그때의 바람이나 내가 느꼈던 것들이 함께 표현되어지기 때문에 <유럽블로그>는 꼭 여행을 다녀와서 이야기해야 하는 공연인 것 같아요.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동욱이라는 캐릭터가 회사원 생활을 한 적 없는 입장에서 공감이 많이 안됐을 것 같다

맞아요. 처음에는 공감이 잘 안됐어요. 오히려 석호가 더 공감이 됐죠. 그래서 팬 분들께 SOS를 쳤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회사원들의 삶 같은 것들이 적힌 책에 따로 메모까지 해서 주신 분도 계시고, 실제로 이런 일도 있다고 얘기해주신 분들도 많았어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상상을 해보면서 텍스트 안에서 찾아내기 시작한 거죠.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제 팬 분들은 ’회사원들은 이런 일도 있다‘고 말씀해주세요. 그런 이야기들이 계속 저한테 쌓이고 있어요. 그걸 공연에 활용해서 시도해 보기도 하고요. 그 부분에서는 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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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만의 설정이나 포인트로 두었던 것이 있나

처음 만난 세 사람이 동욱을 구심점으로 함께 여행을 하게 돼요. 그러면 동욱은 어떤 사람일까라고 생각해 봤죠.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같이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잠깐 만난 인연인데도 이 사람과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욱은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답답하고 막막한 현실을 피해서 오게 된 유럽여행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알게 되는 거죠. 나한테도 밝은 웃음이 있고, 여유가 있는데 난 그걸 몰랐던 거구나라고. 그리고 그게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종일이도 석호도 함께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가장 많이 표현하려고 해요.

동욱이라는 캐릭터가 자신 혹은 일상에 회의가 들어서 떠나게 되는 캐릭터인데, 배우로서 회의가 들거나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나

물론 있죠. 하지만 그 생각을 길게 하지는 않고 잠깐해요. 그러기엔 아직 하고 싶은 게 더 많고요. 사실 저는 공연하는 날을 제일 좋아해요. 그 날은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공연장을 오는 관객들도 만나지만, 배우들도 만나고 공연이 끝난 후에 저를 기다리시는 팬들도 만나죠. 그 날은 저한테 특별한 날이에요.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멋을 부리고 와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고, 그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고, 또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기분 좋고 싶어요.

이 공연에서 가장 와 닿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 부분이요. 사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알고 찾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찾아지더라고요. 어느 곳으로의 여행이 되었든,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든, 또 어떤 일을 해볼까 하는 고민이든,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출발하고 시작해 보라고. 전 그게 가장 많이 와 닿아요.

이번 여행지 중에서 다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세 나라를 다 꼭 가보고 싶어요. 프랑스는 사랑하는 여자랑 가보고 싶고, 스위스는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서 가고 싶고, 이태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과 저희 가족과 함께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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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여행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

저는 혼자서 여행 못해요.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여행은 제 가족들이나 친구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가고 싶어요.

온종일 대사 중에 여행의 시작은 유럽이고 끝은 인도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두 곳을 모두 다녀왔는데 그 대사에 공감 하는가

공감해요. 여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겪을 수 있는 나라가 인도에요. 날씨가 자극하고, 음식이 자극하고, 사람, 공기, 숙소, 벌레, 종교가 자극해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을 계속 자극하는 곳이 인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도착하는 순간부터 돌아올 때까지 모든 게 에피소드에요. 거기에 비해 유럽은 에피소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죠.

인도 여행은 아버지와 다녀온 것으로 안다.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아버지께서 몇 십 년 거기서 공부를 하셨어요. 아버지가 다녔던 학교, 묵었던 숙소, 아버지가 즐겨 드셨던 음식까지. 아버지의 발자취를 함께 하다보니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인도 여행이 워낙 힘들다 보니까, 아버지가 저한테 기대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랑 더 친해졌죠. 아버지와 아들이 여행을 갔지만 돌아올 때는 친구가 돼서 왔어요. 인도가 주는 자극들이 저와 아버지를 친구로 만들어 주더라고요.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유럽 여행은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럽을 갔을 때도, 돌아왔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결혼을 하면 꼭 유럽을 같이 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어요. 때가됐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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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조장극이라는 대표 타이틀이 있기는 하지만,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이 얻고 나갔으면 하는 딱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각자 느끼는 것들이 다르겠지만, 한번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발견하고, ‘나는?’하고 본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앞으로는 ‘미루지 않고 살 거다’라는 이야기가 남았으면 ‘내가 미루지 않고 사는 건 뭐지?’라고 생각해보거나, 석호가 한 여자를 찾아온 용기가 와 닿았으면 ‘나한테 있는 용기는 뭐지?’ 그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들이 자신에게 어떤 자극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자극으로 인해서 삶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종류의 여행 가운데, 배우 생활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그동안 강태을 배우가 해왔던 배우 생활은 어떤 여행이었던 것 같나

삶 자체가 여행이기는 하지만, 비유를 한다면 지금은 조금 더 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행인 것 같아요. 일본에 있을 때는 제 자신을 만들어 가는 여행이었고, 한국에 와서는 제 자신을 알리는 여행이었다면, 지금은 제 자신을 조금씩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한 것 같아요.

 

글. 이하나(bliss@stagekey.co.kr)
사진. 이현주(teo@stagek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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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공연 많이 봤는데, 무대위에서 모습 생각하니 많은 고민하셨다는거 제대로 와닿네요~ 건강하게 하동욱이라는 캐릭터 연기를 끝까지 해내시기 바라요^^